「내 책임입니다」
한국 교계에 유명한 어느 목사님이 재수를 할 때의 일입니다. 재수를 할 때에도 어릴 적부터 교회를 다니던 습관이 있어서 숙소 가까운 교회에 주일마다 출석을 했습니다. 어느 날 목사님이 부르시더랍니다. 그리고 어떤 상황인지를 물으십니다. 솔직하게 말씀드렸더니 목사님이 권하시더랍니다. “내일부터 새벽기도를 나오시오. 그러면 대학에 합격할 것입니다.” 기가 막힌 말입니다. 그분은 스스로 고학을 하며 재수를 하는 중입니다. 그러니까 잠 잘 시간도 부족한 상황입니다. 숙소에 돌아가서 생각해봅니다. 그런데 만일 목사님 말씀을 듣지 않고 재수에 실패하면 원망할 데가 없을 것 같더랍니다. 목사님 말씀을 듣고 입시에 실패하면 원망할 데가 있어서 덜 억울할 것 같더랍니다. 결국 새벽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. 나중에 원망할 이유라도 남겨놓기 위해서입니다. 그리고 연말에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 합격했습니다. 그분의 글을 읽으며 생각을 해봤습니다. “원망은 사회성을 가진 감정이구나!” 원망할 사람이 없으면 화를 낼 이유도 없습니다. 예를 들어서 혼자 길에서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다면 원망할 대상이 없습니다. 화는 나겠지만 혼자 삭이고 말 일입니다. 그러나 누가 구덩이를 파 놓아서 빠졌다면 이야기는 다릅니다. 언젠가 길을 가다가 새의 배설물이 옷에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. 짜증날 일인데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. 새는 원망이나 분노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쓴웃음이 난 것입니다. 그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. ‘원망이나 분노 같은 사회성을 가진 감정은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행동이구나...’ 라는 것입니다.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어떤 사안에 대해서 남 탓을 하지 않는 것이 지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. 천주교의 신자들의 기도문에는 ‘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.’ 이런 기도문이 있습니다.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기도문입니다. 내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우리 공동체에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요? 교회에는 원인을 분석하는 사람보다, 남 탓하며 원망하는 사람보다 내가 책임지려하는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이 필요합니다. 우리 서로 내가 책임진다는 성숙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. 여러분 사랑합니다.
여러분의 목사 이 동 드림 |